[다산 칼럼] 규제개혁, 소비자 후생만 생각하라

입력 2018-06-26 18:19  

일부 집단의 이익 위한 규제
대다수 소비자 이익 침해할 뿐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규제도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가로막아

소비자 이익을 먼저 살펴
과감한 규제개혁 나서야

최종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前 건설교통부 장관 >



역대 정부 모두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늘 기대에 못 미쳤다. 규제개혁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자들의 반대다. 예컨대 의료서비스 향상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원격진료는 동네 의사들 반대로 수년째 허용되지 않고 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의료 수요가 대형 병원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도 약사들 반대로 몇 가지 품목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이익이 침해당하는 부류들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강력하게 단결해 반대 운동을 한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관련 기득권자 반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굵직한 규제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는다.

기득권 보호에 포획된 규제행정은 국민경제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첫째, 전체 소비자의 후생을 해친다. 규제의 득실은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예컨대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은 결과 일부 의사는 이익을 보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불필요한 병원 출입으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일부 의사 이익을 위해 전체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도 마찬가지다. 약사 이익을 위해 전체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둘째, 일부 기득권 보호를 위한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아 발전을 저해한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서비스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기득권자 탓에 이런 혁신의 통로가 막힌다면 그런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며 로봇을 배격하는 것은 18세기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긴다며 기계화를 반대한 ‘러다이트 운동’과 다름없다. 일부 기득권자를 위한다고 새로운 혁신이나 편리함을 배격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셋째, 기득권자를 위한 규제는 소득 분배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의사나 약사 등을 위한 규제의 수혜자는 고소득층인 데 반해 소비자는 대다수가 중산층과 저소득층이다. 원격진료가 필요한 사람은 농어촌 벽·오지 등 교통이 불편한 지방 주민이나 통원 치료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 의료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부유한 의사 소득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의 규제도 재고할 문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규제를 광범위하게 허용한다면 모든 계층은 자기 이익을 위해 규제를 요구할 것이고, 그 결과 혁신은 이뤄질 수 없다. 혁신이 안 돼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면 고용이 늘지 않고 소득도 증가하지 못해 정작 보호하려는 사회적 약자는 더욱 어려워진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의하면 원격진료 허용 등 의료산업 규제 완화만 제대로 되면 일자리가 18만~37만 개 늘어난다고 한다. 일부 의사 이익을 위해 이런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농민을 위한다는 농산물 수입 규제는 식료품비 상승으로 소비자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킨다. 소비자 중에는 부유한 농민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저소득 근로자도 포함돼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정책이나 규제개혁을 검토할 때는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일부 기득권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소비자 이익이 크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물론 예상되는 기득권자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전업 또는 전직 프로그램과 재정 보조 등이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소비자 운동이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 기득권자는 소수이지만 자기들 이익을 위해 단결하는 데 비해 소비자는 전 국민이지만 조직화되지 않아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의사 목소리는 있어도 이를 찬성하는 소비자 목소리는 없는 이유다. 소비자 운동이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만 처리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정책 측면에서 소비자를 위한 규제 완화, 경쟁 촉진 등으로 활성화돼야 한다. 소비자 조직도 강화돼 보다 강력한 소비자 단체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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